'젓가락 비하' 돌체앤가바나, 논란 불지른 창업자의 망언

입력 2018-11-23 16:31   수정 2018-11-23 16:36


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돌체앤가바나가 중국인 비하 광고 논란으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대형 패션쇼가 취소되는 등 중국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몰렸다. 회사 측이 공식사과문을 올리고, 중국 정부도 통상마찰을 우려해 자국민에게 자제할 것을 당부했지만 사태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.

논란이 된 광고가 인터넷으로 퍼지면서 한국과 일본에서도 ‘젓가락을 쓰는 동아시아인 전체에 대한 인종차별’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. 블룸버그 통신 등 서구권 매체도 돌체앤가바나 광고 담당자의 부주의를 지적하고 있다.

중국 매체 펑파이(澎湃)에 따르면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등 중국 내 주요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에서 돌체앤가바나 상품이 일제히 사라졌다. 대형 온라인 명품 쇼핑몰인 세쿠는 “도덕성이 결여된 업체와는 함께 할 수 없다”며 돌체앤가바나 상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. 일본의 한 매체는 ‘하루밤 사이 중국시장의 모든 것을 잃은 돌체앤가바나의 충격’이란 제목으로 사건을 시간대별로 정리해 눈길을 끌었다.

△ 지난 17일 트위터와 인스타그램,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(SNS)에 ‘돌체앤가바나는 중국을 사랑해’라는 제목의 동영상 광고가 올라왔다. 당시 돌체앤가바나는 상하이에서 21일 열릴 예정이었던 대형 패션쇼를 앞두고 있었다. 광고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젊은 동아시아인 여성이 긴 젓가락으로 피자 스파게티 등 이탈리아 음식을 먹으려 애쓰다 결국 손으로 피자를 집어먹는 우스꽝스러운 내용이었다.

△ 이 동영상을 본 중국인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돌체앤가바나는 곧 웨이보에서 광고를 삭제했다. 그러나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는 광고를 그대로 남겨뒀다.

△ 주말 동안 이 동영상이 급속도로 공유되면서 비난이 계속 쏟아졌다.여기까지만 했어도 돌체앤가바나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. 돌체앤가바나 창업자 중 한 명이자 디자이너인 스테파노 가바나의 발언으로 의심되는 SNS 대화가 공개되면서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다.

△ 패션쇼 당일인 21일 낮 미카엘라(@michaelatranova)라는 SNS 이용자가 스테파노 가바나로 의심되는 인스타그램 계정 이용자와 주고받은 메시지의 캡처 화면을 공개했다. 가바나의 이름을 사용한 이 이용자는 “웨이보에서 광고 동영상이 삭제된 것은 중국계 직원이 마음대로 한 것이고 난 동영상을 내릴 의사가 없었다”며 “중국은 똥같은 국가”라고 비난했다.

△‘Diet_PRADA’라는 패션업계의 파워 블로거가 이 게시물을 퍼트리자 패션쇼에 나가기로 했던 중국인 모델들이 쇼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하고 왕쥔카이와 디리러바 딜무라트 등 돌체앤가바나 광고 모델도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나섰다.

△ 돌체앤가바나는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스테파노 가바나의 계정이 해킹당한 것이란 해명을 올렸지만, 이는 오히려 그 계정이 진짜였다는 증거가 되면서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. 가바나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계정이 해킹당했다고 다시 글을 올렸지만 비판만 더 불러일으켰다.

△ 패션쇼에 초대된 여배우 장쯔이가 웨이보에 “돌체앤가바나의 어떤 제품도 사거나 쓰지 않을 것”이라고 선언하고, 천쿤 리빙빙 황샤오밍 왕쥔카이 등 유명 연예인이 잇달아 보이콧을 선언했다.

△ 21일 저녁 무렵 상하이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돌체앤가바나의 쇼는 취소됐다.

△ 같은 시각 중국 모든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돌체앤가바나 상품이 사라지기 시작했다.

이 매체는 SNS 이용자 ‘Diet_PRADA’의 게시물이 올라온 뒤 상하이 패션쇼가 취소되기까지 불과 4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. 도쿠리키 모토히코 애자일 미디어 네트워크 이사는 “해킹당했다고 주장하는 가바나의 계정에 올라온 발언을 보면 그가 아니면 알지 못했을 일들을 수 차례 언급한다”며 “대부분의 사람들이 계정이 해킹당했다는 발표 자체를 믿지 않는다”고 말했다. 이 사건과 관련해 일본 네티즌들은 “젓가락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할 수 없다니. 인종차별적 백인지상주의 광고다”, “중국을 본받아야 한다”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.

블룸버그통신도 22일(현지시간) ‘중국 젓가락 사건이 돌체앤가바나의 미래를 위태롭게 만들었다’는 제목의 기사에서 “(돌체앤가바나는) 오늘까지도 그 동영상을 삭제하지 않았다”며 돌체앤가바나의 미숙한 대응을 지적했다. 또 가바나가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“나는 일본인 디자이너가 우리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”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“그 디자이너(가바나)는 선동적인 온라인 발언을 올린 전력도 있다”고 비판했다.

이현일 기자 hiuneal@hankyung.com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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